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사람들은 왜 ‘종말’에 열광할까?

지난 달 18일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관심을 모았다.

'지구 끝의 온실'은 죽음을 부르는 먼지 '더스트'가 온 지구를 덮으며 인류의 대멸종이 일어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김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 소설은 환경 문제보다는 재난 상황에 집중한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작가들이 쓴 아포칼립스 소설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단편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의 수록작 '리셋'과 '대멸종'도 환경오염, 재난, 아포칼립스 상황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정유정 작가의 '28',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 도 '종말'을 배경으로 한다.

(사진=뉴시스)


재난과 종말...사회적 이슈 쉽게 투영돼

아포칼립스는 그리스어로 '계시'를 뜻하는 아포칼립시스(Apokalypsis)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독교 신약성서 마지막 장인 '요한계시록'을 가리키기도 한다. 요한 계시록이 세상의 종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포칼립스 역시 '종말'의 뜻을 갖게 됐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공상과학의 하위 장르로 문명 붕괴 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는 갑자기 붕괴한 문명으로 인해 기존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혼란스러운 세계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 재난엔 인과를 따지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를 투영할 수 있다.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전염병이, 정세랑 작가의 단편 '대멸종'은 육식이 멸종의 주요 원인이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주목받은 것도 소설 속 전염병으로 인한 혼란상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관심 ↑...'종말'이 오히려 인간애 부각하기도

정세랑 작가의 단편 '리셋'을 읽고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느꼈다는 조정묵(24)씨는 "아주 먼 미래의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아닌, 현재의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재를 다뤄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정 작가의 작품을 읽은 후, 기후위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찾아보게 됐다"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다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340여편에 달하는 서평을 올린 안예진(45)씨는 '지구 끝의 온실'에 대해  "지금의 환경문제를 방치할 경우 종말처럼 큰 일이 닥칠수 있다는 것과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하게 만드는 김초엽 작가의 글이 좋았다"며 "책에 나온 '더스트'의 경우 산업화 시기 영국에서 스모그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사례도 있기 때문에 단지 상상 속의 일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문학 속 아포칼립스가 기후위기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며 "최근 벌어진 기후 위기 사건들로 인해 본인이 살게 될 미래를 구체적으로 소설로 투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재의 문제가 계속될 경우 마주할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아포칼립스 소설의 유행에 대해서도 "종말 서사는 성경에도 실린 아주 오래된 이야기"라며 "위기상황인 현실 인식이 반영된 유행"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아포칼립스' 이야기는 인간애를 더욱 부각하고, 지금의 현실을 소중하게 느끼게 만든다"며 "팍팍한 현실에서 느끼지 모하는 것을 찾는 독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