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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최대 소비국은 중국인데 왜 한국이 손가락질 당하나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생활했던 박지성 선수에겐 전용 응원가가 있었다. "너네 나라에선 개고기를 먹지"라는 가사가 담겨 '개고기송'이라고도 불린다. 이 노래는 같은 한국인인 지소연·황희찬 선수를 향해서도 울려퍼졌다.

박지성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는 4일 구단 팟캐스트에 출연해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자신의 응원가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한국은 외국에 개고기를 먹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콕집어 지적당하는 일도 잦다. 지난 6월 미국 유명감독이 한국 개고기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제작해 논란이 일었다. 2016년 영국에서 한국에 개 식용을 멈추도록 권고해달라는 청원에 10만명 넘는 영국인들이 서명했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한국뿐이 아니다.  사실 세계 최대 개고기 소비국은 중국이고 2위는 베트남이다. 그런데 왜 한국만 유독 개고기 식용국가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일까.

온라인에 '박제'된 한국의 개고기 문화

한국의 식용 개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5위인 '위키피디아' 영문판 홈페이지에 'Dog meat(개고기)'를 검색하면 세계 각국의 개고기 문화를 설명하는 항목이 나온다.

이 중에서 한국에는 '대한민국의 개고기 소비(Dog meat consumption in South Korea)' 문서가 따로 마련돼있다. 이 항목이 다루는 26개국 중 별도로 개고기 소비에 대한 문서가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베트남 뿐이다.

해당 문서에 담긴 내용은 외신에 인용돼 해외로 전해지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금지 검토' 발언에 대한 찬반논쟁이 불거지자, AP·로이터·가디언 등 주요 외신도 이를 보도했다.

BBC는 27일 보도에서 "한국에서는 매년 최대 100만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축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썼는데, 개고기 도축량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식집계하는 통계는 없다. 위키피디아 한국의 개고기 문서에서 '최대 100만'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검색 범위 전 세계. 기한 지난 5년. 모든 카테고리에서 '개고기' 주제어에 대한 웹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사진=구글트렌드)


개고기 연관검색어도 한국과 연결된다.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Dog meat(개고기)'를 주제로 연관검색어를 분석하면 11위에 '대한민국'이 위치하고, 14위에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뒤따른다. 특정 국가의 이름과 그 국가의 개고기 문화가 같이 등장하는 경우는 한국 뿐이다.

SNS에서도 불명예는 계속된다. 2020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아이한 카디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3위가 개고기 이슈였다. 1위 K-POP, 2위 국가랭킹의 뒤를 이었다.

개고기 소비량 1위는 중국..한해 1천만마리 도축

개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중국에서 매년 약 1000만마리의 개를 식용으로 도축한다. 전 세계 도축량의 3분의1 수준이다. 광시성 위린시에서는 매년 비공식적으로 '개고기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매년 하지(夏至)마다 열리는 위린 개고기 축제 (사진=바이두)


베트남이 2번째다. 아시아개보호연맹(ACPA)에 따르면 베트남의 1년 개고기 도축량은 500만마리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개고기 도축량이 꾸준히 줄어 현재는 100만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절대적인 소비량이 많은 편이 아님에도 한국이 '개고기'의 총본산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악명 높은 사육환경 때문에 주목받은 탓이다. 한국은 개고기 도축을 법으로 규정해놓지 않았다. 규제가 없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농장에 세계인이 주목한 것이다. HSI의 홈페이지에서도 특별히 한국을 겨냥해 '한국에서 개는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됩니다'라고 지적한다.

국격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의자 빼고 다리달린 건 다 먹는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괴이한 식문화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낮다.

반면 한국은 이들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식된다. 최근 유엔무역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됐고, BTS·오징어게임 등 한국문화가 전세계를 사로잡기도 했다. 이런 한국이 아직도 개를 먹는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한국의 식용 개 사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세계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를 먹는 타 국가와 달리 한국은 선진국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시절은 지난만큼, 개고기 문화는 차차 없애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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