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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로 시작하는 분 우대"...취업 스펙이 된 ‘MBTI'

[스냅타임 공예은 기자] 일부 기업에서 채용 시 지원자의 MBTI를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력서 기재 필수에 MBTI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채용 과정에서 MBTI 검사를 하는 곳도 있다. 심지어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MBTI 관련 질문을 추가한 곳도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MBTI가 크게 유행하면서 기업에서도 MBTI를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일각에서는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순 재미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뽑을 때마저도 MBTI를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MBTI는 가벼운 심리 테스트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이를 근거로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판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사진= (좌) 사람인 캡처, (우) 독자 제공)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유형지표로, 심리학자 칼 융의 분석 심리학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MBTI는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데, 각 유형마다 특징이 뚜렷해서 MZ세대 사이에서 MBTI와 관련된 다양한 밈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MBTI가 I 유형인 경우에는 내향형, E 유형인 경우에는 외향형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I 유형인 사람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아하는 '아싸(아웃사이더)', E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인싸(인사이더)'라는 식의 구분이다.

(사진=잡코리아 캡처)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우대사항에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을 기재해 놓은 곳도 있다.

김나라(25)씨는 "사람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할 정도로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중요한데 MBTI를 알면 '저 사람은 그래서 나랑 다르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이러한 취지라면 MBTI를 물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MBTI를 채용 스펙으로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 준비중인 김민경(25)씨는 "회사에서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MBTI 검사를 받으면 결과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MBTI인 것처럼 연기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유현아(가명·25)씨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MBTI를 요구하는 것이겠지만  기업이 채용 절차중 하나로 MBTI를 요구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MBTI 검사 결과를 요구한 기업에선 해당 검사결과가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채용 과정에서 MBTI 검사를 하는 A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의 성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며 "MBTI가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MBTI 가 개개의 성향과 행동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만큼 채용과정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격검사는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피검사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MBTI는 관련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세계 수십억 인구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가 기반하고 있는 칼 융의 이론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지 않다"며 "좋은 성격 검사라면 사람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MBTI는 특정 유형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마이어스-브릭스 본사 회장도 MBTI는 수행이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기보다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도록 권장했다"며 "실제 기업 채용 과정에서 MBIT를 활용하는 것은 미래에 어떤 성과나 수행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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