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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표창장 위조에 분노했던 20대 왜 곽상도 50억엔 침묵할까

"조국엔 분노하고 곽상도에는 침묵하는 이유가 뭐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스펙조작 의혹 때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던 때와 달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 퇴직금 문제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국은 불공정 곽상도는 부정부패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들의  표창장 등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일명 '조국 사태'가 벌어지자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등지에서 학생회 주도로 대규모 규탄 집회가 열렸다.

반면 곽 의원 아들 퇴직금 의혹에 대해선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난데 비해 일부 단체가 1인 시위를 벌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된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관계자가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조국 사태'와 비해 청년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대해 일부에선 “2030 세대의 선택적 분노와 이중잣대가 놀랍다” “분노해야 할 대상을 모른다”고 비난한다. 반면 청년들은 “조국 딸과 곽상도 아들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는 반박한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관련 기사 댓글 (사진=온라인 기사 댓글 갈무리)


이렇듯 '분노'와 '박탈감'이라는 요소는 동일하나 청년들의 분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데에는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공정'은 대부분 '절차적 공정'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2020년 7월 벌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이 대표적이다.

청년들은 이같은 사안이 벌어지면 '같은 자격을 얻으려면 같은 잣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받은 '퇴직금' 50억원은 입사 시험 등으로 대표되는 절차적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청년들은 이 문제를 '공정'이 아닌 '부정부패' 이슈로 본다.

직장인 김세희(25)씨는 "이 사건은 그냥 돈을 받고 끝난 것 아니냐"며 "청년들이 분노하는 불공정과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씨가 생각하는 공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어서다.

지난 2019년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이어 "인국공과 조국 사태는 (작은) 기회가 (큰) 기회를 낳는 것이라 많은 청년들이 분노를 했다면 의원 아들 퇴직금 의혹은 단순 뇌물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의 두 사건과 달리 곽 의원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은 것은 기회의 평등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분노의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분노 요구는 정치적 갈라치기"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50억 퇴직금 건이 피부로 와닿는 현실인 만큼 청년 모두가 분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년들은 정치권 등에서 화천대유 사건 특히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에 분노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는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대학생 윤민하(26)씨는 "곽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을 청년 이슈로 끌어오려는 것은 '갈라치기'다"라며 "대선을 앞두고 특정 연령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본질을 흐리고 분노를 강요하는 작태"라고 말했다.

윤씨는 "물론 곽 의원 아들이 수령한 퇴직금은 문제가 있다. 수많은 청년 세대가 대리 직함을 달고 있기 때문에 (50억원이나 되는 퇴직금에) 의아함을 느끼긴 한다"고 덧붙였다.

곽병채씨 입장문 일부 (사진=곽상도 의원  SNS 갈무리)


그러나 그는 "청년들이 '나는 곽상도 아들이 아니어서 50억 못 받는구나'라는 식으로 조국 사태와 동일한 수준의 분노를 하기엔 (대장동 재개발을 둘러싸고) 밝혀지지 않는 실체가 더욱 커보인다"며 "'오징어 게임 속 말'이라는 곽 의원 아들의 호소가 지나치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학 전공)는 "곽상도 아들 사건은 '공정이냐 아니냐'를 떠나 사회의 부정부패 (이슈) 쪽에 가깝다"며"청년들 역시 이 사건에  분노한다. 그러나 불공정하다는 관점에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네', '뒷돈 주고 뇌물 받은 거 아니야?' 이런 느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스냅타임 이수빈 공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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