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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6·보도블럭이 '면허증'? 전동킥보드 앱은 규제 사각지대

"아는 사람은 알아요. 면허 소지가 의무화됐어도 아직 뚫리는 어플이 있다는 걸요. 저도 이제 못 타게 된 줄 알았다가, 친구 말을 듣고 어플을 바꿔 계속 타고 다니죠"

면허가 없는 이재연(가명·25) 씨는 최근 공유킥보드 어플리케이션(앱)을 갈아탔다.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이전에 쓰던 앱은 면허증을 등록하도록 바뀌었는데, 다른 공유킥보드 앱은 면허증이 없어도 탈 수 있어서다. 이 씨는 "요새 단속이 강화된 건 맞지만, 밤 시간대에는 비교적 적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13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에 따라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 면허 보유자만 운전이 가능해졌고, 그간 주의에 그쳤던 안전모(헬멧) 미착용도 의무가 됐다.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L사 앱. 무작위로 정보를 기입해도 면허증 등록이 완료된다.


그러나 법 제도와 앱 간 괴리가 있다. 면허 소지·헬멧 착용이 의무화되었음에도 다수 공유킥보드 앱에서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표면 상에선 면허증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아무 번호나 사진을 입력해도 통과하는 것이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L사 앱에는 직접 면허증 번호를 써넣는 '수동 입력'란이 있다. 이 수동 입력란에 모든 정보를 무작위로 입력해도 면허증 등록이 완료된다. 면허증 번호가 '123456'이라도 정상적인 면허증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다른 업체 D사 앱에서는 운전면허증 앞면 사진을 찍으라고 안내한다. 그러나 아무 사진이나 통과된다. 보도블럭을 찍어도 '면허증 사진이 등록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곧바로 킥보드 대여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외에도 면허가 필요하다는 문구에 '확인했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되는 E사와 S사 포함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업체 4곳에서 면허증 없이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다.

헬멧도 마찬가지다. 9월 29일 발표된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 주요 업체 12곳 중 2곳만 안전모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용자 중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자유업'은 규제 불가..."등록제로 변경 논의중"

법과 앱 시스템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재 규정이 없어서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업체는 모두 '자유업'으로 등록돼있어, 이들에게 법을 따라 면허증 검사를 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업이란 영업 신고 없이 영업이 가능한 직종을 말한다. 운영계획 수립 등 간단한 기준을 충족하고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배민라이더' 등 배달대행업도 자유업에 해당하는데, 배달플랫폼에 라이더 헬맷 미착용 관련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전동킥보드의 경우가 같은 이치다.

한편 전동킥보드 사고는 꾸준히 늘어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위해사례가 2018년 229건에서 2021년 상반기만 41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2020년에는 200%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위험한 부위를 다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상해가 확인된 위해사례 1458건 중 머리·얼굴 부위 상해 사례가 756건(51.9%)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심각한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머리·뇌’ 상해 사례가 10.8%(157건)을 차지했다.

(사진=한국소비자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는 모두 자유업이어서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작년 말부터 PM(퍼스널모빌리티) 대여사업을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데, 통과되도록 노력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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