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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명절'? MZ세대가 코로나 뚫고 핼러윈 찾은 이유

[스냅타임 전수한 기자]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에 이태원·홍대 등 번화가에 몰린 인파가 논란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산인해를 이뤄 방역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지침이 적용되기도 전이라 더욱 빈축을 샀다.

'핼러윈 대목'을 맞아 인파가 몰렸던 이태원(사진=연합뉴스)


이어 '수입산 명절'에 왜 저토록 열광하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전통명절인 설·추석에는 '홈설족', '홈추족' 등 신조어도 만들만큼 '집콕' 했으면서, 서구 기념일인 핼러윈에는 코로나19도 잊고 거리로 나섰다는 지적이다. 왜 젊은 세대는 핼러윈에 열광할까.

'코스프레'가 눈총 대신 환대 받는 날

전통명절엔 없는 핼러윈의 특징은 '코스튬플레이(코스프레)' 문화다. 코스프레란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을 직접 입어보는 놀이의 일종이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복장을 따라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

핼러윈에는 관습적으로 코스프레를 한다. 핼러윈의 상징인 마녀부터 인기 콘텐츠 해리포터·마블 캐릭터까지 광범위하다. 실제 매년 핼러윈 대목엔 유통업계에서 코스튬 의상을 모아 기획전을 연다. 올해도 위메프의 '해피 핼러윈 홈파티', 쿠팡의 '해피 핼러윈 기획전'에서 다양한 코스튬과 핼러윈 소품이 판매됐다.

매년 핼러윈 맞이 코스프레 파티를 여는 SM엔터테인먼트(사진=SM 공식 트위터)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코스프레가 용인되는 날은 핼러윈 뿐이다. 평소엔 캐릭터 의상을 입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지만, 핼러윈에는 전문 행사도 열리는 등 코스프레가 주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핼러윈 문화에 긍정적인 10·20대 중 40%가 '평소에 도전하기 어려운 다양한 코스튬을 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몇없는 기회가 핼러윈인 것이다. 박세림(25·가명)씨는 "아껴왔던 산타 코스튬을 입고 홍대에 다녀왔다. 평소 같았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겠지만, 핼러윈에는 오히려 행인들이 먼저 사진을 찍자고 요청할만큼 반겨주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국 문화라는 점 자체도 인기 비결이다. 핼러윈은 애초 서구 기념일이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다수 번화가로 모인다. 하늘길이 막힌 현재,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이다. 알바천국 설문조사에서 65.9%가 '이국적인 문화를 직접 즐길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서승호(26·가명)씨는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국외여행을 못 간지 2년째다. 이번 핼러윈이 외국인과 교류할 흔치 않은 기회라 이태원에 놀러 가봤다"고 전했다.

세계 핼러윈엔 '오겜' 열풍..."기원 따지기보다 콘텐츠 개발할 때"

핼러윈에는 매해 '수입산 명절'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녔다. 한국과는 일절 관계없는 서구 기념일을 수입하면서까지 챙기냐는 비웃음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점이 있다.

반대로 세계 각국의 핼러윈에 한국의 콘텐츠가 수출됐다. '오징어게임' 이야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83개국 1위를 한 작품인만큼 코스튬의 영향력도 컸다.

홍콩 거리를 점령한 오징어게임 코스튬 (사진=로이터)


오징어게임은 올해 핼러윈을 휩쓸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의 오징어게임 체험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3115명이 몰렸다. 외신에 따르면, 대만 타이페이와 독일 베를린 명소 쿨투어브라우어라이에 오징어게임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홍콩 대표 유흥가 란콰이펑에서도 오징어게임 코스튬이 거리를 덮었다. 현지 언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오징어게임이 란콰이펑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의례적 요소가 많은 전통명절과는 달리, 핼러윈엔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젊은 세대는 코스프레·외국인과의 교류 등 핼러윈만의 매력에 끌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는 더 이상 국경에 얽매인 것이 아니다. 서구 기념일을 오징어게임이 장악한 것처럼, 문화의 기원을 따지기보단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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