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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한식?'…어떻게 K-푸드 대표가 됐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불지핀 '치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 1위를 '치킨'이 차지하자 황 씨는 "시민 여러분은 자랑스러운가"라며 되묻기도 했다. 미국식 닭튀김에서 유래한 '치킨'이 진정 '한식'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김치·비빔밥 등 전통적 의미의 한식을 제치고 치킨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한식으로 올라섰다.  치킨은 중국·일본과 비교해 대표 요리로서 전통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첫 '1위' 치킨, 비결은 다양한 양념·한류 열풍

치킨이 외국인 '최애 한식'으로 등극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 29일 공동 발간한 '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주로 취식한 한식 1위는 한국식 치킨(30%)이었다. 해외 주요 도시 17곳 시민 8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사진=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치킨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는 연례 발간 보고서다.△2017년 갈비·삼겹살(Korean BBQ) △2018·2019년 비빔밥 △2020년 김치로 지금껏 1위는 전통 한식이 차지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치킨'이 1위에 오른 것이다. 가장 선호하는 메뉴 역시 치킨이 1위였다.

인기 비결로 양념의 다양성이 꼽힌다. 애초 미국식 닭튀김 요리이지만, △양념△간장△허니버터 등 한국만의 다양한 시즈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에 'Korean Chicken'을 검색해보면 해외의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 치킨 브랜드 'KFC(Kentucky Fried Chicken)'를 'Korean Fried Chicken'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드라마와 K-POP 등 한류 열풍의 덕을 보기도 했다. '치맥 문화' 등으로 한국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치킨인만큼 그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5월 발표한 농식품부의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지 고객이 한국 식당을 방문할 때 한국 드라마(61.9%)와 K-POP(32.4%)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유튜브 'Korean fried chicken' 검색 결과)


'미국식 닭튀김'에 밀린 전통 한식..."노출도 높일 것"

치킨은 이름부터 영어고, 그 유래가 미국식 닭튀김인만큼 온전히 한식이라고 부르기엔 찜찜하다. 농식품부도 해외에 진출한 한국 치킨 브랜드를 서양식, 즉 비(非)한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전통 한식은 고전하고 있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비빔밥·김치·불고기 등을 'K-푸드'로 적극 홍보해왔지만,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치킨에 대표 자리를 내준 것이다. 전통 한식의 경쟁력에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같은 닭을 활용한 요리인 삼계탕은 이번 조사에서 '비선호 메뉴' 1위(10.5%)에 꼽혔다. 선호 메뉴 2위였던 김치는 비선호 메뉴에서도 3위(10.1%)로 나타나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소주도 외국인이 기피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치킨처럼 한류 콘텐츠에 자주 등장해 홍보 효과를 누릴만함에도 외면당한 것이다.

이같은 전통 한식의 비선호 이유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지 않아서(31%)△식감이 싫어서(30%) 등이었다. 펨(24·멕시코) 씨는 "순대는 그렇게 맛있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들었을 때는 더욱 먹기 싫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진=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중국과 비교해봐도 갈 길이 멀다. 중국은 중화요리, 일본은 스시 등 확실한 정체성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대표 메뉴가 '치킨'이 된 채 이들을 뒤따르는 실정이다.

'미슐랭 가이드 2022 서울'에서 새롭게 별 하나(1스타)를 받은 식당 7곳 중 5곳이 '일식'이기도 했다. 미슐랭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을 뜻한다. 미슐랭 가이드 2022 서울에 선정된 33개 식당 중 '한식'은 8곳 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국식 치킨의 베이스는 호불호가 거의 없는 미국식 닭튀김이라서 현지 접근이 쉬웠다. 한국식 소스도 외국인 입맛에 맞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삼계탕 등 전통 한식의 비호감도는 홍보의 문제가 크다. 한 번 먹어보면 계속 찾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외국인들로서는 그 모양이 익숙하지 않아 외면하는 것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홍보해 한식 노출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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