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14% 중에 석유류의 기여도가 1.32%p로 나타났다. 비산유국중에서도 우리나라 기름값이 유독 비싸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한 기사 댓글에서는 석유 수입을 주로 하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높은 기름값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일까?
◆기름값, 한국이 유독 비싸다?
유가정보 웹사이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리터당 1.34달러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보다 20% 넘게 비싼 리터당 1.672달러(1990.47원)였다. 이는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다음으로 3번째로 비싸다.

다만 OECD 기준으로만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피넷에 공개되는 OECD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기름값은 OECD 평균보다는 낮았다. OECD 회원국 중 매주 판매가격이 발표되는 23개국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1.9원(3월4주차 기준)으로, 한국보다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나라는 일본(1772.9원), 캐나다(1689.6원), 폴란드(1879.8원), 헝가리(1714.2원) 등 4개국 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으로 세부담이 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과 철도보급률이 높아 휘발유 세금비율이 높은 독일 등의 서유럽 국가들의 휘발유 값이 평균을 크게 높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 기름값, 왜 비싼가?
비산유국인 한국의 정제설비 가동률은 세계 5위로, 시장점유율 4%를 차지한다. 기름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품이자 수출품인 셈이다.
정제시설이 세계 5위임에도 기름값이 높은 이유는 유류세에 있다. 우리나라 유류세의 근간이 되는 법은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이다. 제2조에 따르면 휘발유 및 유사한 대체유류는 리터당 475원, 경유 및 유사한 대체유류는 리터당 34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유류세를 인하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전국의 평균 기름값은 1650원 수준, 당시 유류세는 820원으로 전체 기름값의 절반에 달했다.

대한석유협회의 ‘2020년 OECD 가입국 휘발유가격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휘발유 가격 중 세금 비중은 56%로, OECD 평균인 57.99%에 가까웠다.
일부 국가는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주요 산유국이자 석유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은 OECD 국가들 중 최저 수준인 21.74%의 세금을 부과했다. 캐나다(35.16%), 호주(38.3%), 일본(47.2%) 등도 한국보다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높은 기름값, 정부의 대응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31.2% 오르며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체감 유류비용을 낮춰주기 위하여 소위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마련하여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은 종전 20%에 10%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한 30%로 확대된다. 현행법(교통·에너지·환경세법 2조)상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인하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내달부터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급되고, 차량용 부탄(LPG)에 대한 판매 부과금 역시 3개월간 30% 감면(-12원/L)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