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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사료먹는 가축들, 미세플라스틱도 먹고 있었다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지난 8일 유럽에서 시중의 소, 돼지고기 8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미세플라스틱 반대 단체 플라스틱 수프 재단의 연구 결과인데요. 국내에선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체내 축적되는 유해성이 유럽만큼 크게 공론화되진 않았습니다. 고기를 먹거나 콘택트렌즈를 욕실 바닥에 버려도 체내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우리는 안전한 상태일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미세플라스틱에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고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전문기관에 시중 마트에서 구입한 소고기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약 11만 7200개 검출됐다고 밝혔는데요. 고기 아래 깔린 수분 흡수용 패드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원인이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포장육, 어류의 포장 용기 안에는 고기 핏물 흡수용 얇은 패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흡착 패드는 고기가 닿는 곳은 부직포로 포장되고, 그 안에 SAP라고 하는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ent Polymer)가 들어있는데 이 SAP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나온 것입니다.

미국에선 이미 관련 법안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SAP 제조 공정에서 독성 물질이 혼입될 가능성 때문에 식품 용기로 쓸 때 독성 물질 비중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소·돼지고기, 유제품 80%  미세플라스틱 함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봅시다. 플라스틱 수프 재단의 의뢰로 진행된 암스테르담의 브리제 대학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실험한 가축의 고기와 유제품의 80%가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소, 돼지의 12개 사료 샘플 전부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었고 소고기 샘플 8개 중 7개, 돼지고기 샘플 8개 중 5개, 우유 샘플 25개 중 18개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죠. 가축들은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었던 것 일까요?

연구팀은 가축들의 혈액, 고기, 우유 그리고 가축들의 먹이에서 플라스틱 분자가 검출되는지는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플라스틱에 존재할 수 있는 분자로는 △ 폴리염화비닐(PVC-P) 중합체 △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폴리프로필렌(PP) △ 스티렌 중합체(Styr-P) △ 폴리에틸렌(PE) △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있습니다.

가축의 먹이 중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된 대부분의 사료 샘플에선 PVC-P와 PE가 검출되었습니다. 섬유질을 포함하는 풀과 같은 자연 사료에선 어떠한 플라스틱 입자도 검출되지 않았는데요. 플라스틱 포장재가 주원인이었습니다. PVC-P와 PE는 각각 식품 포장용기나 비닐봉투, 랩의 원료입니다.

연구를 의뢰한 플라스틱 수프 재단의 이사 마리아 웨스터보스는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했습니다."이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우리의 먹이사슬이 오염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합니다. 이것은 동물 복지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해롭습니다. 거의 모든 스테이크와 버거에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헤더 레슬리 생태독성학자는 "동물들을 위한 플라스틱이 없는 사료를 생산하는 것은 가축의 플라스틱 입자 노출 개선 방법이 될 수 있다" 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선진국은 이미 규제 중, 한국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되고 있는 상황은 전세계가 동일합니다.  유해성에 대한 공론화와 규제 속도는 어떨까요?

한국은 '완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을 개정해 생활화학제품 내 미세플라스틱 검출 허용한도를 규정했습니다. 세정제·세탁세제·섬유유연제·표백제 등의 화학제품이 그 대상입니다. 지난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계 혼합 바이오플라스틱과 순수바이오 플라스틱으로의 대체 추진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의무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법안이 제정되고 있긴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국내 환경단체에선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필터 부착 의무화 △미세플라스틱 저감 장치 개발 및 연구 지원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플라스틱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선 이미 미세 플라스틱 규제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프랑스는 오는 25년 1월 1일부터 자국 내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지난 1일 강력한 플라스틱 감소 정책인 플라스틱 오염 생산자 책임법이 통과 되었습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및 식품의 중량 및 품목 수를 모두 25% 줄여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먹고 내 몸에 축적되고 있던 미세 플라스틱. 지금 우리 몸에는 어느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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