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8월 8일, 그리고 10일. 사람이 죽었습니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비가 와서 죽었습니다. 어디 물놀이를 간 것도 위험한 강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집이 안전하겠지. 아무리 반지하 집이라도 잠기겠어’라는 믿음은 허망한 죽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언제까지 ‘먼저’ 죽어야 합니까”
24일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외쳤다. 서 대표를 비롯한 ‘9월 기후정의행동’ 관계자들은 이날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광화문 거리로 모여달라!”라며 ‘924기후정의행진’의 공동계획을 발표했다.

‘9월 기후정의행동’은 지난 6월 구성된 시민‧환경단체 등의 연대체다. “만연한 기후부정의를 바로잡고 긴급한 기후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사회적 힘을 결집”하고자 ‘924기후정의행진’을 계획했다. 행진은 내달 24일 오후 4시부터 종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행진 전 광화문 일대에선 오후 1시부터 부스 운영이 예정돼 있다.
“기후재난 본질적으로 불평등해”
단체는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며 “누군가에겐 기껏 외제차가 침수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목숨을 잃는 재난이다”라고 말했다.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후원을 활용해 쪽방촌에 에어컨 150대를 설치하는 폭염 대책을 내놨던 것을 비판하며 “기후재난 속 모든 이들의 적정 주거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은 회장은 “동료에게 전해 듣기론, 12가구씩 모여 사는 쪽방 건물 복도에 에어컨을 하나씩 다는 정책이더라”라며 “에어컨의 냉기를 느끼려면 문을 열고 있어야 했고 에어컨과 거리가 먼 복도 끝에 사는 사람은 정책 효과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에어컨으로 열 식히는 것으론 불평등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국장도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재난은 취약층에게 더 가혹하다”며 “우리 모두의 과감한 노력이 없다면 이런 끔찍한 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은 “단지, 미래세대라서 피해의 대상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이곳에서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기후위기는 여기 있는 우리 삶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924기후정의행진’ 전날인 내달 23일 ‘글로벌 기후파업’에도 참여한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시위는 단순히 9월에 여러차례 진행되어왔기에 기후위기를 다시 외치는 연례행사가 아니다”며 “지금까지 10차례 정도의 기후파업이 진행되어 온 동안 정치의 변화는 여전히 너무나도 더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