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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 극성 엄마들 때문에 만들어진 정책이다? [팩트체크]

[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이 공론화된 이후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기사의 댓글에는 “몇년 전 애들 조기교육 시키던 일부 부유한 집안 엄마들이,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춰달라고 헌법소원을 한 적이 있다. 맘충들의 극성이 이런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달렸다. 과연 사실일까.

 

초등학교 입학 연령 관련 헌법 소원, 94년도에 기각된 판례 있어

검증을 위해 우선 헌법재판소에 관련된 헌법소원 사례를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제한을 둔 교육법 제96조 제1항 위헌확인에 대한 헌법소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헌법재판소 캡처)


 

다만 댓글이 말한 것처럼 ‘몇 년 전’, ‘일부 엄마들’이 제기한 소송은 아니었다. 해당 헌법소원은 의무교육 취학연령을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재판으로, 1993년 청구되었다. 댓글이 언급한 몇 년 전이 언제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28년 전에 기각된 해당 판례를 언급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구인 또한 다수의 엄마들이 아니었다. 미성년자 이O하의 부모가 법정대리인이었으며, 아버지인 이철환 씨가 변호사로 재판을 진행했다. 해당 청구는 의무교육제도의 취지와 유래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1994년 기각되었다.

위 헌법소원은 교육법 제 96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재판이었다. 1949년 12월 31일 제정·공포된 '교육법'은 1995년 개정을 통해 만 5세 아동의 초등교육기관 입학을 법률로 '허용'했다. 이후 교육법은 1997년 폐지되었고,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의 3개 법률이 1997년 12월 13일에 제정되었다.

1998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만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취학시켜야 한다. 다만 제2항에서는 초등학교의 학생수용능력에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만5세 아동의 취학을 허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과거 교육법 내용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인데, 이미 만5세 입학을 법률로 허용하고 있어 몇 년 전에 입학연령 하향을 위한 헌법 소원이 있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조기입학아동 추이 (그래프=오연주 인턴기자)


 

또한 교육부의 교육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조기입학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조기입학아동은 정부가 취학기준을 '3월생부터 이듬해 2월생까지'에서 '1월생부터 12월생까지'로 바꿨던 2009학년도에 9천707명, 2010학년도에 8천417명으로 비교적 많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1년의 조기입학아동은 537명으로, 전체 초등학교 입학인원인 42만 8405명의 0.1%에 불과했다.

 

이미 과거 정부들에서 검토했으나 실행은 안 해

몇 년 전 있었던 헌법 소원 때문에 학제 개편안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실행하지 못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고 9월 학기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비전 2030 [2+5 전량] 중 입직연령 단축을 위한 수업연한 조정 관련 학제개편 추진계획(안)’에서 해당 방안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아동의 발달과 안정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자체평가되고 폐기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저출산 대응 전략의 하나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보고했다. 저출산의 주된 요인인 자녀 양육 부담 경감과 노동력 조기투입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또한 반대에 부딪혀 정책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지난 2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 단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준호 을지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현 초·중등교육법에서는 이미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취학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입학 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것은 교육계와 학부모 모두가 반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책임 지는 교육과 보육의 대상을 늘리는 방법은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유아 시기 교육을 공교육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 5세로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은 최근 개정된 놀이중심, 유아중심 교육과정의 방향과 반대되는 것”이라며, “취학연령을 만5세로 할 경우 초등학교 준비를 위한 선행학습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이 극성 엄마들의 헌법소원으로 인해 도입되었다는 주장은 94년도에 기각된 유사한 헌법 재판소 판례가 있다는 점, 이전 정부들에서도 검토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타당성이 낮아 보인다. 입학 연령 하향이 교육계와 학부모계 모두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주장을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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