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청년층 울리는 전세대출 금리 상승...앞으로 더 오른다고?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최근 전세 대출 금리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대학생 A씨(23)는 전세계약을 위해 작년 8월 1.8% 금리로 약 7600만원을 대출받고 첫 달 약 11만원의 이자를 상환했다고 합니다. 이후 2.5%로 금리가 오르더니 지난달 3.3%까지 올라 월 이자로 약 20만원을 내야 했습니다. A씨는 “작년에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월 11만원이었던 이자가 지난달 2배가 됐다”면서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달 수입은 그대로인데 주거비만 2배 가까이 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코픽스(전세대출 지표금리)가 연말까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청년층 수요가 높은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준금리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높은 이유 '코픽스'

현재 기준금리는 2.25%인데, 왜 전세대출은 훨씬 더 높을까요. 바로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6월(2.38%)에 비해 0.52%p 급등해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픽스란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로 은행이 고객들에게 정기예금, 정기적금, 금융채 등의 상품을 팔면서 부담하는 평균 금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상품 판매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입니다.

시중은행은 통화당국이 결정하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시중 금리를 조정하고, 은행연합회는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를 취합해 매달 15일 코픽스 금리를 발표합니다. 은행들은 이를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합니다.

시중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각 은행별로 대출자의 신용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전세대출 최종 금리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7600만원을 대출받은 A씨가 작년에 전세대출을 받을 당시 코픽스가 0.95%였고 A씨의 가산금리는 0.88%였다면 A씨가 받은 청년 전세대출의 최종 금리는 0.95%(코픽스)와 0.88%(가산금리)를 더한 1.83%가 돼 첫 달 이자는 약 11만원(원금/12×최종 금리)이 됩니다.

C은행 청년 전세대출 금리. 좌-지난해 8월 기준, 우-현재 기준 (사진=독자 제공)


 

지난달 A씨가 상환한 이자 비용이 약 20만원으로 오른 것은 이 코픽스가 최근 급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산금리는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A씨의 가산금리(0.88%)에 현재 2.9%까지 오른 코픽스를 더하면 최종 금리가 3.8%대까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 중반대에 머물던 청년 전세대출 금리는 이달 초 3% 초중반으로 오른 후 최근 평균 4%를 웃돌고 있습니다.

어제(18일) 기준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청년 전세대출 금리는 3.5~4.125%를 기록했고, 특히 청년 전세대출 취급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뱅크는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금리를 연 3.827%~4.027%로 공시했습니다.

대출 시 약정한 금리를 만기 시까지 적용하는 고정금리제라면 코픽스가 올라도 이자가 그대로지만, 대부분의 전세대출 상품은 변동금리제이기 때문에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전세대출 금리, 아직 덜 올랐다

코픽스 금리가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 금리도 치솟아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이 함께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8월과 10월, 그리고 11월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남은 3번의 발표에서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 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 대출금리 등의 시중금리도 함께 올라 이자 부담이 커져 대출 수요가 줄고, 시장에 돌고 있는 돈의 흐름이 막힙니다. 동시에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줄면서 물가가 안정되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있습니다.

통화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빅스텝’을 단행했습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정부가 풀었던 돈이 아직 돌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3%에 달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기준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이동해 원 달러 환율이 급등합니다. 이는 곧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 차주 61%가 ‘2030’...“실수요자 대상 대책 세워야

전체 전세대출 차주의 61.1%가 20~30대인데다 이들이 빌린 총 잔액도 100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주거 취약계층의 실수요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 기획재정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 전세대출 차주는 81만6353명으로 전체 133만여명 가운데 61%에 달했습니다.

전세대출 총 잔액도 급증세입니다. 지난해 12월 2030의 전세대출 잔액은 94조1757억원인데 이는 2019년 대비 72% 급증한 수치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4개월 만에 2조1915억원 늘어 4월 기준 96조36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전세로 거주 중인 김 모씨(25)는 “금리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자 부담이 동일 수준으로 급등하게 되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처럼 월 수입이 한정적인 실수요자들에게 치명적”이라며 “앞으로도 금리가 더 오를 텐데 시중은행과의 협약 등을 통해 청년 혹은 저소득층 맞춤형 대출을 늘리고, 기존에 변동금리였던 전,월세 대출 일부를 한시적으로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것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