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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대화하는 곳”vs“공부한다고 피해가나” 카공족 갑론을박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대학생 정하윤 씨(23)는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카페를 찾았다가 싸움에 휘말렸다. 4층짜리 대형 카페의 3층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손님이 여기는 공부하는 곳이라며 항의한 것이다. 정 씨는 카페가 공부하는 곳이냐며 따졌지만 그 손님은 3층은 공부하는 곳이고 이야기를 나눌 거면 1층에 가라고 맞받아쳤다. 정 씨는 이에 화가 나 점장에게 이야기했고 카페 측은 “카페 차원에서 스터디존으로 만들어둔 것이 아니다”라며 사과했고 해당 이용객의 사과를 받아내며 일단락됐다.

카페에 붙어있는 노스터디존 안내문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서 개인 공부를 하는 소위 ‘카공족’이 일반화됐지만 이용자 간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단 1명(13.0%)만이 카공 경험이 없었고, 카공족들은 평균 2~3시간(41.0%)동안 카페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이용자들은 ‘카페는 대화하는 곳’이라며 카공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지만 카공족들은 커피 가격에 자릿값도 포함되어 있으니 카페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개인 카페는 매출에 악영향, 프랜차이즈도 자리 맡기 등 규제

업주들은 회전율이 낮아져 매출에 악영향이 크다며 카공족을 반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가장 힘든 고객이 20대, 특히 대학생 카공족들”이라며 “테이블이 5개밖에 안되는 개인 카페인데 노트북을 펴놓고 4시간 동안 앉아있으면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에 사이드 메뉴를 추가 주문하긴 했지만 그 시간 동안 4명의 손님이 자리가 없어 다시 나갔다”며 “카공족을 위한 1인 테이블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A씨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야 애초에 음료 가격도 비싸고 점주들이 매장 회전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 같은 개인 카페 업주들은 하루하루 매출에 생계가 달려있다”면서 “주변 개인 카페들은 콘센트를 없애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지역 특성 상 젊은 층 고객이 많아 단골손님이 빠져나갈까 걱정돼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공족을 타깃으로 스터디존을 구비해두는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여러 규제를 통해 회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붙어있는 안내문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서울의 한 대학가 일대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돌아본 결과 대다수 카페에서 1인 1음료 주문, 자리 맡기 금지 등의 안내문을 부착해두고 있었다.

해당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은 “2층과 3층이 스터디존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긴 하지만 해당 구역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많다 보니 암묵적으로 공부하는 구역과 대화를 나누는 구역이 구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문. 2층과 3층이 스터디존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공간이 넓지 않은 일부 개인 카페의 경우 실내가 매우 조용해 일반 손님이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도 했다.

동작구의 한 C카페는 약 10명의 손님이 노트북과 책을 꺼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내부가 매우 조용했다.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스터디 카페도 아니고 스터디존도 아니다. 대학가이다 보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조용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뿐 일반 손님들이 대화하는 것을 막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카공족 “3시간마다 추가 주문...일부 진상이 문제

카공족들은 일부 진상 카공족이 문제이고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B씨는 “과제를 하려면 노트북을 사용해야 하는데 도서관이나 독서실은 소음 규제가 엄격해 이용하기 어렵고, 비대면 강의를 들을 때도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소음이 발생해도 그것 때문에 카페를 오는 것이기 때문에 눈치를 준다거나 항의하는 등의 행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D씨는 “애초에 오래 머무를 계획이라면 스터디 카페나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는 편”이라며 “최대한 3시간 이내로 자리를 정리하고 불가피하게 시간이 늘어나면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 주문한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시 천원 저렴한 가격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다는 안내문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일부 카페에서는 매장 내 이용 시와 테이크아웃 시의 음료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기도 했다.

대학생 E씨는 “커피값만 5천원이 넘는 곳도 많은데 자릿값도 포함되어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3시간 앉아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학생으로서 조금 안타깝다. 카공족을 타깃으로 스터디존 등을 두는 카페는 테이크아웃 시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도 많은 만큼 카페에서 공부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권 따라 매출에 도움 되는 경우도...“배려 문화 확산이 먼저

카공족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권도 있는 데다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것인 만큼 일부 카공족들의 배려가 부족한 이용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F씨는 “공부를 하든 수다를 떨든 책을 읽든 본질적으로는 손님의 자유”라며 “조용히 해달라고 따지거나 지나치게 시끄럽게 떠드는 등 배려가 부족한 일부 손님들의 문제일 뿐 카공족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로 매출이 하락한 데다 지역 특성 상 젊은 층 인구가 많아 오히려 카공족들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부하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커피 가격을 올린 대신 시간 제한을 없애고 마실 물을 구비하고 자리도 1인석 위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카페의 스터디존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F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강의를 듣고 있던 대학생 진 모씨(24)는 “규모가 작은 개인 카페에서 공부를 할 때는 카페에 피해가 가지 않게 최대한 조심한다”며 “손님이 별로 없는 곳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자리가 차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최대한 매장 규모가 큰 곳 위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꼭 카페 측에서 추가 주문, 1인 테이블 이용 등의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장시간 이용을 자제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는 등의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등의 선을 지킨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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