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고딩엄빠’는 환상, 이 잔인한 통계를 보라 [SNAP 데이터]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최근 미성년의 나이로 출산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입니다. 그동안 사회에서 쉬쉬하던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혼전임신을 조성한다’는 지적부터 ‘부모가 되기로 선택한 아이들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격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부모의 파트너 연령 통계. (자료=2011~2020년 인구동향조사,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 2022.10.06 가공 후 분석. 시각화 결과는 소스데이터 기관과는 관련이 없음.) ⓒ스냅타임


 

MBN의 예능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는 제목에서 보이듯,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이 아이를 키우기로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미성년자의 파트너는 정말 같은 미성년자일까요?

7일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를 통해 최근 10년(2011~2020) 인구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가 될 당시 ‘파트너’의 연령은 평균 19.71세였습니다. 성별로 나누면, 미성년 여성와 관계를 맺은 남성은 평균 21.89세, 미성년 남성과 관계를 맺은 여성은 평균 17.53세입니다.

 

청소년 부모의 파트너 연령 통계 - 10대 엄마의 파트너 연령대


 

아이를 낳은 미성년자의 파트너를 연령별로 나누면,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의 뚜렷한 차이가 보입니다.

여성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은 상당수가 같은 ‘미성년자’와의 관계가 아닌, ‘성인’과의 관계에서 시작됐습니다. 출산한 여성 청소년의 경우 파트너의 연령대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입니다. 여성 청소년의 파트너는 아버지가 등록되지 않은 ‘신원미상’ 이 34.92%로 가장 많습니다. 아버지로 등록된 파트너 연령은 20대 남성(만 19세 이상)이 34.64%로 가장 많았고, 10대 남성은 17.01%, 30대 남성은 4.30%, 40대 남성 1.11%로 뒤를 이었습니다. 50대는 0.06%였습니다. 신원미상 건수를 제외하면 미성년 엄마 10명 중 7명 이상이 성인 파트너와 아이를 출산했다는 얘깁니다.

 

청소년 부모의 파트너 연령 통계 - 10대 아빠의 파트너 연령대


 

반면 남성 청소년의 경우 파트너 연령이 대부분 같은 10대(74.18%)입니다. 다음으로는 20대 여성이 25.52%로 뒤를 이었고, 30대는 0.10%였습니다.

만 16세 미만 중학생의 경우에도 성인 남성과의 파트너 관계가 적지 않았습니다. 여중생이 출산할 당시 파트너 연령은 같은 10대(382명)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대(318명), 30대(31명), 40대(7명) 순이었습니다. 남중생이 아빠로 이름을 올린 경우, 파트너 연령은 압도적으로 같은 10대(182명)가 많았고, 다음으로 20대(14명)였습니다.

 

청소년 부모의 파트너 연령 통계 - 만 16세 미만 청소년 부모의 파트너 연령대


 

청소년 출산 책임지지 않는 사회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의 ‘파트너’들에게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묻기 전에 주목해야 할 통계가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이 낳은 아기들의 ‘출생 등록’ 여부입니다. 청소년 부모 3명 중 1명 이상은 파트너(34.92%)가 ‘신원미상인’입니다. 파트너가 ‘신원미상인’이라는 이야기는 자기 자식의 출생 신고에서 도망친 ‘진짜 못난’ 어른(혹은 청소년)이 있으며, 아이의 양육과 책임이 오롯이 청소년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신원미상인 비율은 만 16세 미만 여성 청소년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만 16세 미만 여성이 출산등록을 할 때 파트너가 ‘신원 미상’이었던 건수는 1025건으로 전체(1763건)의 58.14%를 차지합니다. 아빠가 된 만 16세 미만 남성 청소년은 197건 중 단 1건(0.51%)만 파트너가 신원미상인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이가 생긴 청소년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합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가능한 나이는 만 18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에도 태어난 아기들 중 10대 엄마의 절반 가까이(42.92%)가 ‘미혼모’였습니다. 청소년들이 새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법률혼 관계를 인정받을 수 없어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지원혜택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적으로는 청소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딩엄빠’는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