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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부하직원은 ‘이 이모티콘’을 무서워합니다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청년세대들에게 이모티콘은 일상입니다. 가족과 친구 등 사적 관계는 물론, 직장에서도 ‘격식을 갖춘’ 이모티콘을 사용하죠. 하지만 어떤 이모티콘은 ‘보이는 대로’ 사용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모티콘에 담긴 미묘한 의미 때문입니다.

기본 웃음 이모티콘,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웃음을 표현할 때 어떤 이모티콘을 사용해야 하는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 영상 제작자는 기업용 메시징 플랫폼 ‘슬랙(Slack)’에 기본적으로 표시되는 웃음 이모티콘이 ‘수동적 공격(passive-aggressive)’을 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친근하고 웃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모티콘의 ‘눈’도 웃는 표정을 써야 한다고 짚었죠.

(사진=틱톡 @miriam_tinny 캡쳐)


 

우리나라 청년들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강소연(21세·여·가명)씨는 14일 이데일리 스냅타임에 기본 웃음 이모티콘은 “불편한 사람에게 주로 쓰는 이모티콘”이라며 “평소에는 절대 쓰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김진영(21·남·가명)씨는 “(상대방에) 대답은 해야하는데 별로 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웃고 넘길 때” 쓰는 이모티콘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연(20세·여·가명)씨의 정의는 ‘형식상의 미소’입니다. 대체로 청년세대들은 기본 웃음 이모티콘을 ‘형식적’ ‘사무적’ 미소로 여기고 있습니다.

 

ⓒ스냅타임


 

청년들이 기본 웃음 이모티콘에 ‘공격성’을 느끼는 이유는 해당 틱톡 영상 댓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모티콘은 주로 감정을 나타낼 때 쓰는데, 기본 웃음 이모티콘은 입만 웃고 눈은 웃지 않고 있습니다. 이 ‘웃지 않는 눈’에서 느껴지는 어색함 때문에, 사실 마음 속으로는 웃고 있지 않다는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이 영상에서 1689개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우리 아빠는 별 의미 없이 (기본 웃음) 이모티콘을 쓰는데, 난 이거 무서워”입니다.

이모티콘에 내포된 의미가 더 복잡해진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연관이 깊습니다. 지난 1982년 미 카네기멜런대의 온라인 게시판에 :-) 이모티콘이 처음 등장한 이후, 이모티콘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졌습니다. PC통신 시대에는 :) ^^ 등이 쓰이다가, 인터넷 시대 ㅋㅋ, ㅎㅎ 등 초성을 이용한 감정표현도 등장했죠. 모바일 시대에서는 더 높은 해상도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생겼고,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카톡 이모티콘’도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어 의미학회 고문을 맡은 박철우 안양대학교 교수는 14일 “젊은 세대가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이유는 인터넷 속에서 문어를 구어처럼 쓰는 문화가 그들에게 훨씬 익숙하고, 일차적인 소통 수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문어에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표현을 메우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데, (기술이 발달하며) 점차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단순히 자판을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넘어 이미지로 된 클립아트 같은 것이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니 이제는 언어의 보조수단을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짚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은 하트

 

한국인들이 특히 이모티콘을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 코리아’는 ‘2022년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에서 “실제 단어를 이모티콘으로 대체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한국인 응답자는 전 세계 평균치(68%)보다 높게(76%) ‘그렇다’고 답했다”고 짚었습니다.

심지어는 직장 내 소통에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료가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더 호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은 79%였고,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팀 내 아이디어 공유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75%였습니다.

기업용 메시징 플랫폼 ‘슬랙’에서도 사내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난 8월 블로그 글을 통해 밝힌 바 있는데요. 삼성전자 MX사업부에서는 업무 내용을 확인했을 때 ‘확인’ 표시를, 좋은 의견을 칭찬할 때는 ‘엄지 손가락’ 표시를 누른다고 합니다. SK주식회사 C&C에서는 투표에서 의견을 표시할 때 ‘하트 색깔’로 의견을 나누고, 무신사에서는 자신의 반려동물 사진으로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합니다.

그럼 청년들은 어떤 이모티콘을 가장 많이 쓸까요? 어도비 코리아가 국내 이모티콘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하트’ 이모티콘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하트’ 이모티콘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된 횟수가 다른 이모티콘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14일 기준 해시태그로 ‘하트’ 이모티콘을 붙인 횟수는 4998만 9542회입니다. 하트 3개를 단 웃음은 1607만 7093회 언급됐죠. 반면 MZ세대가 무서워하는 기본 웃음은 64만 6478회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어도비 설문조사에서 화가 난 표정의 이모티콘은 2위, 하트 3개를 단 웃는 얼굴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진=어도비코리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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