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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 빵 공장 사고, ‘인터록’ 있어도 업무량 같으면 무의미”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지난 15일 SPL 평택 제빵 공장에서 야간근무 중이던 20대 S씨가 오전 6시 20분경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다. SPL 제빵 공장은 SPC 계열사로 파리바게뜨에 △휴면 반죽(냉동 생지) △식빵 △샌드위치 등을 생산 납품한다.

사건 이후 소스 배합기에 ‘인터록’이 부착돼 있지 않고 덮개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공분을 샀다. 인터록은 기계 속 이물질이 감지되거나 뚜껑이 열리면 즉시 기계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결과, SPL 평택 공장의 배합기 9대 중 7대는 인터록이 부착되지 않았다.

스냅타임이 만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인터록이나 덮개 등 물리적인 안전장치 부착 여부도 중요하지만 작업 공정 방식 자체가 변화해야 실효성 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 업무의 내용은 제각각이고 기계들의 세부적인 크기나 구조도 매우 다양하다”며 “단순히 인터록 부착 여부로 노동 현장 안전의 총체를 평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구체적인 안전 작업 절차를 보장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SPL 평택 공장의 현장 작업자들은 “소스 공정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계속 중간에 소스를 넣어줘야 하니 뚜껑을 닫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모 식품공장에서 5년간 현장관리자로 근무했던 30대 J씨는 “설비가 일단 멈췄다가 가동되면 시간도 늘어지고 그때마다 신경 쓸 것이 많다”며 “작업시간 대비 작업량은 그대로 둔 채 인터록을 켜고 작업하라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르는 관리자의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J씨는 “기계의 직접 가동부로부터 작업자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고자는 내부 믹서에 바로 노출돼 있었다”며 “인터록이 없었단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록 부착은 물론 충분히 여닫으며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명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직국장은 사측은 2인 1조가 지켜졌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불운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 국장은 “사실상 한 명은 아예 다른 공정을 수행해야 했다”고 강조한다. “회사 내 CCTV로 해당 업무가 상시 혼자 해 온 일이란 걸 증명할 수 있다”며 “현장 작업자들이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L 평택 공장엔 CCTV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 국장에 따르면 사고 당시를 찍은 CCTV가 없는 것이지 공장 내에 CCTV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정 교수는 “2인 1조라는 일률적 숫자에만 몰두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 하다”며 “각 현장에 따라 적합한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인1조의 함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을 묶어만 두고 한 팀”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정 교수는 현재 행정·입법 기관이 일률적인 숫자나 덮개 여부에 집중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허술하게 제도를 만들어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식품공장 현장 관리자 J씨도 “2인 1조 중 어느 한 명이 작업지를 이탈할 상황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며 “관리자 입장에선 사람에 기대지 않고 무조건 사고가 날 수 없도록 방법을 강구 하는 것이 기본”이라 밝혔다 . 사람이라면 언제든 다른 업무로 자리를 비우거나 화장실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보면 SPL 평택 공장에선 지난 5년간 37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그중 40%가 이번 사망사고와 유사한 끼임 사고였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는 “SPL의 안전사고는 특정 기계나 장소에서만 발생된 것이 아니라 공장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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