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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태원 도로, 100m가는데 20분 넘게 걸렸다 [SNAP데이터]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이태원 참사 당일 교통체증이 평소보다 최대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일대 교통정체가 사고 직후 응급처치를 늦춰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급작스럽게 인파가 몰리는 큰 행사에는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자료출처: 10.29 서울시 노선별 정류장 구간별 평균 운행시간 정보. 그래픽: 스냅타임)


 

스냅타임에서 ‘서울시 노선별 정류장 구간별 평균 운행시간 정보’를 분석한 결과 참사 당일(10월 29일) 버스 운행시간은 전주(10월 22일) 대비 최대 1.8배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태원역 인근 500m 정류장을 지나가는 버스 6대가 다음 정거장까지 걸리는 운행시간을 분석한 결과다. 405번 버스가 1.8배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고 그 뒤로 400번 버스(1.6배), 110B번 버스(1.6배) 등이 뒤를 이었다. 이태원에 낮부터 핼러윈 행사로 인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인근 버스 운행시간 역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직후 교통정체는 극심했다. 참사 이후 오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405번 버스는 ‘이태원역.보광동입구’ 정류장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 정류장까지 가는데 평균 40분이 소요됐다. 두 정거장의 거리는 약 220m이다. 또한 참사 당일 버스 6대의 평균 운행시간을 평소 주말 운행시간과 비교한 결과 참사 당일 낮(12~5시)에는 운행시간이 살짝 높거나 비슷했지만 밤(6~12시)에는 두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먼저 도착한 소방대...현장까지 평균 23분 소요

혼잡한 교통 상황은 응급처치 속도를 늦췄다. 올해 9월 기준 서울시 자치구(소방서) 별 통계 자료를 보면 화재 신고 접수 후 소방차가 현장에 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분 1초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청이 작성한 ‘사고 이송 현황’을 보면 최초 신고가 이루어진 시각은 오후 10시 15분이었다. 가장 먼저 출동한 종로 소방대는 6km 거리에도 불구하고 출동부터 현장까지 24분이 소요됐다. 참사 현장에서 140m 떨어진 이태원 119 안전센터 구급차는 도착하기까지 13분이 걸렸다.

이태원 참사 119 이송 198건 중 23시 이전 현장 도착은 단 10건에 불과했다. 스냅타임에서 ‘사고 이송 현황’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3시 이전에 현장에 도착한 10개의 소방대가 출동한 뒤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3분이었다. 초동대처가 중요한 압사 사고의 골든타임은 5분으로 빠른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당시 혼잡한 교통 상황이 아니었다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복잡한 도로 상황 구조에 영향...사전 대처 필요”

전문가는 재난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을 응급처치가 늦어진 원인으로 지목했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참사 당시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인파가 늘어나면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지자체에서 수행해야 할 재난 관리 체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사건의 징후가 있으면 재빨리 경찰 등을 동원해서 교통체증을 감소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동대 투입 전후로 119 구급차의 도착시간이 더 짧아졌다는 분석이다. 참사 당일 경찰 기동대는 오후 11시 40분쯤 도착했다. 이후 도로 상황은 정리되고 구급차·소방대가 원활하게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앞서 현장까지 24분이 걸렸던 종로 119 안전센터는 두 번째 출동(00시 20분)에서 10분 만에 현장을 도착했다. 이태원 119 안전센터도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이후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서울시에는 도로가 복잡하고 불법주차가 많아 119 출동이 늦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대비”라며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일방통행, 유도로 지정 등 도로를 통제하는 사전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한 달...재난방지대책은 어디에

참사 후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재발 방지에 대한 논의는 요원하다. 대형 인파 재난 에방과 관련해 여야가 발의안 개정안은 이제야 상임위원회에 돌입했다. 그마저도 법안의 내용이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재난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대비다. 소모적인 정쟁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데이터가 재난을 대비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데이터는 꾸준히 사고의 위험성을 암시했다. 스냅타임은 이번 ‘서울시 노선별 정류장 구간별 평균 운행시간 정보’를 통해 평일과 주말, 낮과 밤에 따라 얼마나 도로 상황이 복잡한지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서는 실시간으로 인구가 얼마나 혼잡한지, 또 대중교통은 원활하게 운영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의 대형 재난에서는 데이터가 사후 문제 제기가 아닌 사전 예방 대책으로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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