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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원조 ‘스낵카’, 서울에 딱 한 대 남았다

[이데일리 김지혜 인턴 기자] 푸드트럭의 원조가 ‘스낵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스낵카'가 생소할 수 있는 여러분들에게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자세하고 생생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 서울 재개발 역사와 함께 성장한 '스낵카'


‘스낵카’는 1970년 말 서울에서 재개발이 한창이던 당시 폐차된 버스들로 건설 인부들에게 식사 환경을 제공하던 ‘이동식 분식점’이었습니다. 그 당시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허허벌판에서 식당을 찾지 못하는 인부들에게 스낵카는 안식처와도 같은 곳이었죠.

1984년 당시 정부와 아시아 자동차가  ‘아시안 게임’을 위해 새 스낵카 13대를 보급했습니다. 그 당시 보급된 스낵카의 번호판 앞자리 모두가 ‘86’으로 시작하는 것도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기념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이 당시 사람들은 스낵카를  '86 스낵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반짝 인기를 얻었던 ‘스낵카’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  화려한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도시에 대거 등장하면서 스낵카 사장님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낵카 13대 중 ‘콜럼버스 스낵카’ ‘영동 스낵카’ ‘역삼 스낵카’  단 3곳만이 서울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과거 강남 번화구에 위치해 있던 '영동 스낵카'의 모습 (사진=독자제보)


현재(1월 10일 기준) '영동 스낵카'가 있었던 자리에는 공사가 한창이다.(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2015년 서울시는 당시 개발의 역사가 담긴 스낵카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관악구 ‘콜럼버스 스낵카’와 강남구 ‘영동 스낵카’를 ‘2015 서울 문화유산’으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유산으로 선정되고 고작 2년 뒤인 2017년 ‘콜럼버스 스낵카’가 단돈 40만 원에 폐차되었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20년 ‘영동 스낵카’또한 가게 문을 닫았죠.

 

과거 영동 스낵카의 모습. 스낵카 입구에는 '서울 미래 유산' 명패와 숫자 '86'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이 붙여져 있다. (사진=독자제보)


 

현재 남아있는 스낵카는 강남에 위치한 ‘역삼 스낵카’ 단 한대뿐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삼 스낵카’를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찾아가 봤습니다.

점심시간, 택시 기사님들 차로 주차장이 꽉 찬 '역삼 스낵카'의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 혼밥의 '성지(聖地)',  역삼 스낵카


도착했을 당시 점심을 먹으러 온 택시기사님들로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였는데요. 이곳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명근(가명·65) 씨는 “강남에서 역삼 스낵카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혼밥의 성지와도 같은 장소”라면서 “3년 전 영동 스낵카가 없어질 때 보금자리를 하나 잃은 기분이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씨는 ‘역삼 스낵카’의 10년 넘은 단골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는 “여기가 주차공간도 넓어서 주차하기가 수월하고 음식의 가격도 강남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편”이라면서 “마지막 남은 추억의 스낵카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일부러 자주 방문하는 것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추억의 역삼 스낵카를 방문한 손님 중 젊은 20대 외국인 여성분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관광차 한국에 방문한 에밀리(24)씨는 “유튜브에서 역삼 스낵카를 보고 오게 됐다”며 “외관은 버스 모양인데 안에는 식당처럼 돼 있어서 유니크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밥을 먹을 때 방해받지 않고 혼자 먹는 곳을 좋아하는데 여기 역삼 스낵카는 혼밥 하기에 정말 베스트 장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역삼 스낵카'측면의 모습. 버스처럼 밖을 볼 수 있는 긴 창문이 달려있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역삼 스낵카' 안에서 일렬로 앉아 식사 중인 손님들의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실제 ‘역삼 스낵카’의 내부는 매우 독특했습니다. 버스처럼 긴 공간에는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1인용 간이 의자와 벽걸이 식탁이 출입문 앞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또한 버스 운전석 자리는 주방으로 개조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역삼 스낵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A 씨는 “보기엔 좁아 보이지만 최대 12명까지는 넉넉하게 식사가 가능하다”며 “독특한 구조 때문인지 요새는 젊은 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역삼 스낵카' 앞쪽 공간이 주방으로 쓰이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역삼 스낵카'에서 판매하는 야채 된장 비빔밥. 메인 메뉴 외에 기본 반찬 3개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함께 제공된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메뉴판에는 총 8가지의 음식들이 적혀있었고 모두 한식이었습니다. 가격은 평균 9000원대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식이 완성돼서 나오는 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삼 스낵카 관리인 박용수(가명)씨는 오랫동안 ‘역삼 스낵카’를 운영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우리는 주차공간이 확보가 돼서 장사하기 유리한 편이다”며 “몇십 년 단골손님인 택시 기사님들과 유튜브를 보고 찾아주는 젊은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운영이 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젊은 청년들이 '역삼 스낵카'를 유니크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복고에 새로움을 더한 뉴트로가 MZ세대들에게 유행이 되면서 옛날의 것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SNS 마케팅 홍보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관리자 박 씨는 SNS을 통해 꾸준히 '역삼 스낵카'를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박 씨는 "서울에 있던 스낵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역삼 스낵카가 서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스낵카인 만큼 자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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