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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만 보내면 끝? 법꾸라지 가해자,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이데일리 강민정 인턴기자] “전학만 보내면 끝인가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제 전학 처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폭으로 국과수본부장에서 낙마한 데 이어 불복신청 등으로 시간을 끄는 일부 가해자에 대해 세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푸른나무재단 측은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법에 대한 가해 학생·학부모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정 씨)은 고등학생이던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동급생에게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지속해 강제 전학·서면 사과 등의 처분을 받았다. 피해 학생은 이 사건으로 정 씨의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도 받았다. 당시 가해자였던 정씨는 현재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결국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가 안 되는 거죠”
학교폭력예방법 제 17조(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따라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대책위원회(학폭위)가 꾸려진다. 가해자와 피해자, 교원 및 참고인들의 진술을 듣고 가해 학생에게는 1호에서 9호 사이의 조처가 내려진다. 가장 수위가 높은 처분은 9호(퇴학)지만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앞선 사례에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수위에 해당하는 8호(전학), 1호(서면사과) 등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푸른나무재단 측은 이에 대해 “피해 학생은 온전한 보호를 받으며 회복하기 어렵다. 일부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불복신청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도 많다. 진정한 사과를 통한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은 정 변호사의 아들 건에서 오롯이 드러났다. 가해 학생 측이 자주 쓰는 전략은 집행정지와 ‘시간 끌기’로 꼽히는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유도해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남기지 않는 방법도 최근 드러났다. 정 변호사 부부의 경우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외에도 처분의 허점이 드러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제주에서는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이 보도됐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14명이 여중생 1명을 30분 넘게 끌고 다니며 수십 차례 때린 혐의로 지난 16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무려 7개월 전인 작년 8월이다. 사건 직후 제주시교육청은 주요 가해 학생 4명에겐 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서면 사과와 출석정지를 명령했다. 약 7개월 동안 가해자는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서 평소처럼 학교에 다니고 수업을 들었다는 얘기다.

또래 간의 네트워크가 좁은 지역 사회의 경우 이러한 처분들은 더욱 허술하게 작용한다.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가 10개교 미만인 지역에 거주 중인 A씨(19)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다 보여주기식 같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을 저질러서 강전(강제전학)온 친구는 오히려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많이 만들고 잘만 산다. 동네가 좁아서 누가 피해자인지 소문도 금방 난다. 가해 학생이 맘만 먹으면 주위 친구들을 시켜서 계속 괴롭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비대면 방식의 접촉, 협박, 보복 행위 금지를 명문화하고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피해자 회복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사진=빅카인즈 캡처)


 

가해자의 잔혹성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

학교와 경찰은 학폭위 등 제도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고 가해자를 처벌한다. 학폭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가해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처벌을 내리느냐에 관심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미디어가 가해 학생의 잔혹성만을 조명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언론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을 단순 이슈화하거나 가해자의 잔혹성을 위주로 보도한다. 가해 행위가 잔혹할수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릴수록, 사건은 더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소비된다. 그러는 동안 피해 회복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자연스레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서도 밀리는 수순이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3개월 동안의 기사 중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것은 총 277건(23.02.20 기준)이었다. 이 중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대해 다루는 기사는 3~4건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단순 전달이거나 가해자 처벌 수위를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에 대해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와 트라우마 치유를 체계적으로 수정해 나가야 한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해자 이야기에 밀려왔는데 언론에서 피해자 보호와 치유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춰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피,가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친구들끼리도 방관하지 않도록 도우려면 이러한 교육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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