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7000원 학식 부담된다”...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학생들

학생회관 지하1층 '출출박스'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이데일리 김지혜 인턴 기자] 6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의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학생들 중 몇 명은 줄을 이탈하고 학생회관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바로 밀키트 자판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2022년 9월 20일 서울대학교는 전국 최초로 대학교 내 밀키트 자판기를 도입했다. 같은 해 4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 물가상승을 이유로 3000원~6000에 판매되던 학식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출출박스'의 밀키트 자판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밀키트 자판기에 라면 및 파스타 제품의 가격이 표시 돼 있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밀키트 자판기가 도입된 이곳을 ‘출출박스’라고 부른다. 출출박스에서 만난 김수빈(21)씨는 “학생식당 가격이 오른 이후로 밀키트를 자주 사 먹는다”면서 “공강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효율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출박스' 밀키트 자판기에는 메뉴를 조리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Δ즉석라면 (1990원) Δ스파게티 (2500원) Δ떡볶이 (2500~5200원) Δ햇반 (1200원) Δ김치 (1500원) Δ삼각김밥 (990원) 등의 식품들이 구비 돼 있었다.  가격은 시중 편의점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었다.

'출출박스' 입구 쪽에서 직접 라면을 제조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출출박스' 내부의 모습. 4인테이블 14개와 1인테이블 7개가 구비 돼 있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즉석라면. 스냅타임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5명의 학생들이 입구 오른쪽에서 즉석 라면을 직접 제조하고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출출박스를 방문했다는 이윤진(20)씨는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와 봤는데 생각보다 쾌적하고 라면 종류도 많아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윤 모씨는 “학생식당에 비교하면 저렴한 편은 맞지만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냉동식품이라 영양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학식 줄이 너무 길 때만 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재윤(23)씨는"학교 측이 밀키트 판매기를 지하 1층에 도입하는 것보다는 학생식당의 식사 퀄리티를 높이거나 가격대를 낮추는 방안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의 모습. 가격이 인상됐지만 많은 학생들로 자리는 이미 만석이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2022년부터 서울에 위치한 몇몇 대학교들은 적게는 300원, 많게는 1000원씩 학생식당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대학교 측은 “코로나 19 여파와 고물가 영향으로 인한 식자재값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200명의 응답자 중 47%가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식비’를 꼽았다.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의 식사 가격표. 기존 3000원~5000원 사이의 식대가 최대 7000원까지 오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사진=김지혜 인턴 기자)


이에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교 측에 대한 과도한 세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현행 법령상 학교가 식당 등 후생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면 고유목적사업으로 판단해 법인·부가·가치·지방세 등이 비과세로 처리된다..

반면 외부업체에 위탁·임대·운영하는 경우 수익 사업으로 판단해 과세한다. 현재 위탁·임대의 형태로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대학교들이 많은 만큼 이 사항을 개선한다면, 학생들의 식비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