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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공부 비법 '공부 ASMR'을 아시나요?

"나는 오늘 시험기간을 보내는 호그와트 학생이에요" (홍예지, 여·20)

홍씨는 요새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책상에 앉으면 꾸벅꾸벅 졸기 바빴던 모습은 이제 찾기 힘들다.

그는 "공부 ASMR이 나의 비법"이라며 "특정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ASMR을 들으며 공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상황을 상상하기 쉬운 콘텐츠를 주로 본다"며 "예컨대 호그와트 도서관 ASMR을 들을 땐, 내가 영화 해리포터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하며 공부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주로 휴식시간에 듣는 콘텐츠로 여겨졌던 ASMR이 Z세대에게 새로운 공부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가 유튜브 콘텐츠를 공부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책과 필기구 만이 공부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이제 ‘라떼’가 됐다.

 

ASMR SOUPE 채널의 〈호그와트 시험기간, 그레이트 홀 입체음향〉은 대표적인 공부 ASMR 중 하나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다. 이따금씩 들리는 창 밖 천둥 소리는 내가 해리포터 세계관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778만회를 기록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공부 ASMR이란 공부하기 좋은 상황을 소리로 구현한 콘텐츠를 말한다. 상황적 요소를 제외하고 청각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이다. 공부하기 좋은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분위기를 소리로 제공하는 점이 공부 ASMR의 특징이다.

내가 성균관 유생인데...어찌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공부 ASMR이 제공하는 상황은 다양하다.대표적인 공부 ASMR로는 '시험기간을 보내는 호그와트 학생', '백성을 위해 군사학을 공부하는 차기 여왕', '조선을 위해 공부하는 성균관 유생' 등이 있다. 모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미는 덤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Z세대들은 공부 ASMR이 주는 '재미'와 '집중력 향상'을 공부에 활용하는 이유로 꼽았다.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몰입감이 좋다는 의미다.

김은지씨(가명·여·21)는 "백성을 이끄는 여왕을 주제로 한 공부  ASMR을 들으면, 내가 진짜 여왕이 된 것 같아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다"며 "적막한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속도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깃펜 소리와 우아한 음악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면 재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호씨(가명·남·21) 역시 "공부 ASMR은 내가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상상을 하게 만든다"며  "공부가 새롭고 재밌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옛날에는 ‘엠씨스퀘어’ 기계를 통해 새소리 등을 들으며 집중력을 높이지 않았냐”며 “요즘에는 특정 상황에 나를 대입시킬 수 있는 ASMR의 힘을 빌린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상상을 댓글로 표현하기도

YUZA ASMR채널의 'ASMR 성균관 유생들의 공부'의 댓글 중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실제로 이러한 반응은 댓글을 통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공부 ASMR을 즐기는 Z세대는 해당 콘텐츠 댓글창에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 상황에 심취했는지 자세히 댓글을 달아 놓는다.

YUZA ASMR채널의 'ASMR 성균관 유생들의 공부' 콘텐츠의 경우 "스페인어 공부 할 때 들어야지. 내가 서방의 언어을 배워 협상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피눈물 흘릴 걸 상상하면서 (점**)", "조선 유일의 역관으로서, 내가 이를 해석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영어지문을 열심히 분석하게 되네요(김**)" 등의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 “Z세대 만의 자기극복 방법”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Z세대 만의 자기극복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Z세대가 ASMR이 제공하는 상황에 몰입하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투사’ 현상”이라며 “특정 대상에 나를 대입하면서 현실의 나를 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Z세대는 입시경쟁, 취업난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부를 하는 과정에 여러 방해 요소가 많은 만큼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을 설정, 약해질 수 있는 의지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튜브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곳에서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이 설정한 상황을 공유해 실천의지를 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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