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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작성·발열체크도 없어요"... 방역 사각지대 숙박업소

김 모씨(23·여)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모텔 파티룸을 빌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도심 외곽으로 향했다. 총 4명이 인원이 체크인을 하는 동안 출입명부 작성이나 온도 체크는 없었다. 김씨는 “친구들과 만난지 너무 오래돼 그나마 거리두기 지키는 방향으로 파티룸을 예약했다"면서도 "아무런 방역 조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발열 체크도 안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가 사용하는 방도 누가 이용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그다지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모텔, 에어비앤비, 파티룸 등 숙박업소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숙박업소들은 집단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따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아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특성상 방역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애초에 모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답답한 일상, 분리된 공간인 숙박업소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자 숙박업소가 일상의 탈출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음주·취식이 어려워지자 숙박업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었다. 이들은 모텔, 호텔, 도심 파티룸이나 에어비앤비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오랜 기간 거리두기가 지속돼 쌓인 스트레스를 이렇게나마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숙박 업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연차휴가를 쓴 직장인 노모씨(27·남)는 서울 도심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빌렸다. 노씨는 “요즘 여행을 갈 수도 없어 기분이라도 내고 싶어 취사를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요리를 해 먹고 놀았다”며 “여름 휴가도 못 갔는데 잠깐이나마 답답함이 풀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신촌 숙박업소 관계자는 “9시 이후 술집이 닫아서인지 파티룸부터 일반 룸까지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지난 7~8월 국내 숙박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 철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국내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

에어비앤비에서 강릉과 경주지역 숙소를 검색하자 전년대비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는 문구가 뜬다(사진=에어비앤비 캡쳐)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이용객도 늘었다. 실제로 지난 12일 에어비앤비에 이용 가능한 강릉지역 숙소를 검색하자 ‘작년 검색 평균과 비교해 이 지역을 검색하는 사람이 223% 더 많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검색 인원이 작년 대비 194% 증가했다고 안내가 나왔다.

숙박업소 규정 미비...자체규정에 의존

문제는 이런 숙박업소들의 방역 수칙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시내 숙박업소를 이용한 신 모씨(25·여)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을 알아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객실 소독’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곳을 골랐다. 신씨는 “안전하게 놀러 가는 것인데 소독이나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알 수 없어 대놓고 소독을 홍보하는 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는 정부가 지정한 집단시설 및 다중이용시설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출입명부 작성이나 발열 여부 점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할 방도가 없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수칙에 호텔·콘도업, 모텔·게스트 하우스 등 숙박업에서 지켜야 할 방역 가이드 라인이 있지만 권고에 그칠 뿐이다.

신촌 한 숙박업소에 출입명부 작성과 발열체크 여부를 묻자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로의 한 숙박업소는 “출입 명부는 적기 싫으면 안 적어도 된다”고 답했다.

숙박업소는 집단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방역 가이드라인이 권고에 그친다. (사진=보건복지부 생활 속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캡쳐)


에어비앤비는 본사 자체 정책으로 방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숙박 및 모임 참여 인원을 16명으로 제한하고 개인 방역을 권고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16명이라는 인원도 과하다는 의견이다. 박 모씨(26·남)는 “최근 친구 생일파티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는데 호스트와 게스트가 만날 필요가 없는 시스템상 방역관련 체크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는데 허울뿐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숙박업소의 경우 규정된 집단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방역 수칙이 권고 수준에 해당한다"며 "다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따로 시행방법을 마련해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지난달 30일 도내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막기 위해 세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기존 10인 이상이었던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두고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음식점 영업금지 등의 풍선 효과로 숙박업소에서 술자리, 게임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많은 얘기가 들려 저희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숙박업소도 방역 강화”vs“애초에 모이지 말아야

이를 두고 시민들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업소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게 해야한다는 목소리와 모임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다.

노씨는 “숙박업소 인원을 제한하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하면 코로나 상황도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황혜림(24·여)씨는 “최대한 집에 머물고 모임을 자제하는게 우선”이라며 “시국이 시국인만큼 애초에 모임 자체가 위험하니 참고 기다리는게 맞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나마 안전한 장소'라는 건 없다”며 “숙박 업소들은 준 3단계에 해당하는 법적 조치가 없으니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소보다 결국 모여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모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모이더라도 개인 차원의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 스냅타임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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