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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초딩땐 안 이랬는데"…MZ세대는 왜 벌써 향수를 느낄까

안지원(24세·여) 씨는 평소 유튜브에서 ‘무한도전 레전드’, ‘무한도전 오분순삭’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주로 혼자 식사하거나 잠들기 전에 시청한다.

안씨는 “무한도전의 레전드편이라 불리는 편들은 대부분 내가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일 때 방영된 것”이라며 “출연진들의 옷차림이나 외모, 공간적 배경이 당시를 자연스레 회상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프로그램을 보며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며 “취업 문제로 골치아플 일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고 전했다.

MZ세대의 성장기 인기 예능이었던 ‘무한도전’. 청년들은 무한도전에 자신들의 역사가 녹아있다고 말한다.

최근 현실의 장벽에 무너진 MZ세대들에게 과거로 회귀하려는 강한 ‘향수병’이 찾아왔다.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때 그시절’ 문화 콘텐츠들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밥먹을 때 보는 그때 그시절 예능

어린 나이의 MZ세대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향수에 젖기 마련이다. 특히 삶이 팍팍팍팍한 삶성인이 된 후 비교적 태평했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MZ세대의 과거에 대한 ‘향수’는 타 세대들에 비해 이르게 찾아온 것.

김미정(24세·여) 씨도 혼자만의 시간이 날 때면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와 '포트리스'를 즐겨 본다.

영상뿐만 아니라 노래 역시 인기를 끈다.

김씨는 최근 2000년대에 유행했던 브리트니스피어스와 스윗박스의 노래를 다시 찾아 들었다. 김씨는 "유튜브에 ‘2007년도 히트곡’ ‘2008년 차트 1위곡 모음’ 등의 플레이리스트가 많다. 정주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레트로(복고)가 유행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며 "MZ세대가 자신들이 살아본 적 없는 1980년대 문화 양식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도 과거의 여유로웠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요즘엔 예능 보며 현실 잊지도 못해요"

'먹고 산다'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MZ세대들. 계속되는 취업난과 희망이 안 보이는 자가 마련 문제까지, 삶이 녹록치 않단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안씨는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며 "외국의 MZ세대들도 ‘단순하게 행복했던 이전의 삶이 그립다’, ‘그때가 좋았지’ 식의 댓글을 많이 단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자가마련’이나 ‘이색 직업 소개’ 등 내가 직시해야할 현실과 맞닿은 주제를 소재로 한다"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약간은 씁쓸해지는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철환(26세·남) 씨도 "과거의 시트콤이나 예능을 보면 아무 걱정 없이 프로그램에만 푸욱 빠져 시청했던 그때 감정을 떠오른다"며 "행복했던 가족·친구들과의 추억도 함께 회상하며 팍팍한 현실을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계 "꿈먹고 사는 청년들 과거만 그리워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욱 빨리 과거를 그리워 하는 행동에 십분 공감했다.

임 교수는 "현실이 너무 힘드니까 과거에 대한 향수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MZ세대의 현실이 팍팍하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만은 아니지 않나"고 전했다. 이어 "우스갯 소리로 ‘청년은 꿈을, 노인은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며 "그런데 청년에게서 꿈이 사라진 것이다. 노인처럼 추억에 기대어 살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가 2030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진행한 2020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제 상황 안정 정도를 10점 척도로 평가한 문항에서 19세~29세 청년들은 2019년 4.8점을 기록한 데 반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시작한 2020년에는 4.5점을 기록했다. 전 연령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마찬가지로 연령별미래대비차이를 측정하는 문항에서도 19~29세는 노후에 대한 준비 정도와 중병 발생시 대처 가능 경제력 정도에서 각각 1.6점을 기록하며(4점 척도)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연령과 상관 없이 현실 속 매우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릴때로 회귀하려 한다. 임 교수는 ”이 경우를 심리학 전문 용어로는 ‘퇴행(regression)’이라 한다“며 ”주로 고착 시기로 퇴행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고착 시기’란 어린 시절 행복했거나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험을 했던 때로 퇴행을 겪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시기에 고착하려 한다. 그는 ”일례로 어린 아이에게 동생이 생길 경우 부모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동생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갑작스럽게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의 돌발행동을 하게 되는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과거의 ‘아기’ 시절에 고착되는 것이다“라며 청년들의 현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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