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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뒤에 숨어 조롱·비하…성대결 전쟁터 된 온라인커뮤니티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는 7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 한데 모여 공통 관심사·세간의 이슈를 이야기한다(대학내일20대연구소).

시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커뮤니티는 날로 거대해져왔다. 트래픽 분석사이트 '투베스'의 '월간 커뮤니티 순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21개 커뮤니티 총 조회수는 22억건에 달했다.

MZ세대의 아고라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남여간 투쟁의 장이다.  최근 KTV와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가 커뮤니티·SNS 게시글 5400만건을 분석한 결과, 73%가 '성별갈등'이 주제였다.

상대 커뮤니티 글 옮기며 조롱, 악의적 별명 붙이기도

커뮤니티 중에는 주 이용자 성별에 따라 '남초', '여초' 커뮤니티로 지칭되는 곳들이 있다.  이들 커뮤니티는 상대 성별 커뮤니티의 글을 공유하며 조롱거리로 삼곤 한다.

여초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남초 커뮤니티. (사진=에펨코리아)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는 '포텐 터진 게시판'이 있다. 많은 추천수를 받아 화제가 된 게시글이 모이는 곳이다. 이 게시판에 '여초'를 검색하면 2720개의 게시글이 확인된다. 게시글마다 조회수가 10만을 훌쩍 넘긴다.

'머지 대표가 남자가 아니어서 충격먹은 여초.jpg'라는 글은 여초사이트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글을 올린 이용자는 대규모 환불사태를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대표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유감을 표하는 여초사이트 캡처를 첨부했다. 댓글로 '지능이 저것밖에 안되나', '여자는 열등종자인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글의 조회수는 약 28만이었다.

여초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 중 하나인 '네이트판'에는 최근 '알페스 남초반응#'이라는 제목으로 남초사이트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

위 글 역시 남초사이트의 댓글을 캡처해 올리며,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며 비웃었다. 남성들이 알페스를 디지털성범죄라고 주장한 게 오히려 여자들을 뭉치게 했다는 뜻이다.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실제 인물 커플링)의 약자인 RPS를 소리나는대로 읽은 말로,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팬픽이다. 주로 남성 아이돌이 주인공이 되고, 동성애 내용이 담기기도 해 해당 인물에게 성적 모욕감을 준다는 논란이 있었다.

582개의 댓글로 조롱이 잇따랐고, 조회수는 10만에 달했다.

여초 커뮤니티 더쿠 HOT게시판 '펨베' 검색 결과


이들은 서로의 커뮤니티 이름을 악의적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여초 커뮤니티 '더쿠'에서는 에펨코리아를 '펨베'라고 부른다.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다를바 없는 집단이라는 '제2의 일베'라는 뜻이다.

에펨코리아는 이런 더쿠를 '살인쿠'라고 부르며 대항한다. 더쿠 회원들이 악플로 사람을 죽음에 몰았다는 주장이다.

작년 1월 이천의 한 경찰관이 시민을 과잉진압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더쿠 회원들이 해당 경찰을 비난하며 민원을 넣자고 서로 독려했다. 때마침 직위해제됐던 경찰관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에펨코리아 회원들이 경사의 죽음에 더쿠 회원들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비하하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남는 건 혐오감 뿐, 커뮤니티 과몰입 경계해야

"여대를 다니기도하고, 주변 환경상 여초 커뮤니티에 접속할 일이 많아요. 요새는 특히 남녀갈등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안산 선수에게 '메달 박탈'을 요구하는 남자들 같은 게시물을 보면 당연히 화가 나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혐오감만 남는 것 같아 걱정되죠." (전모씨, 24·여)

"시간 날 때마다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편인데, 젠더갈등이 가장 심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커뮤니티끼리 싸우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게시글을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여자들에 대한 편견이 생겨요."(박모씨, 26·남)

온라인 커뮤니티가 서로 헐뜯는 동안, 젠더갈등은 심화됐다. 한국사회갈등센터의 '2020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2015년 30%에 불과했던 '젠더갈등 심각성 인식'이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45%에 달했다. 수치가 가장 높았던 2018년에는 49.5%로, 절반 가량이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과몰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이다.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이 현실의 자신과 연결될 일이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극단적인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자극적인 의견에 매몰되면 의미 없는 혐오감만 남길 뿐이라는 설명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커뮤니티의 의견은 익명성에 힘입어 극단적·원색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감없이 의견을 남기는 것이다. 전체 비율로 보면 많지 않은 커뮤니티의 소수 의견이 대표성이 있는 것처럼 착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에 과몰입해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면, 한 커뮤니티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접해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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