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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33%' 찍었지만…유튜브 '삼프로'만 못한 TV토론

[이데일리 스냅타임 이연서 인턴기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하는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 법정 TV토론회가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토론회에서 시청률 33.2%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국민적 관심속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정책 공방은 없고 '대장동' 만 있었던 토론, 답변은 없고 질문만 난무했던 반쪽짜리 토론으로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작년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초청해 진행한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 진행방식이 오히려 후보자 경쟁력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제한 질문으로 각 후보의 '진짜 실력'을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각 후보자간 형평성 확보에 매달리다 후보 검증이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현행 TV토론 진행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2차 정치 분야 방송 토론회에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또 '대장동'..."지긋지긋해"

지난달 25일 선관위 주관 2차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 수위가 높은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라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통화 녹취록을 열거한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후보는 제가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얘기랑 똑같다"고 반박했다.

대장동의 '몸통'이 누구인지에 대한 두 후보의 신경전은 어제 열린 마지막 법정 토론에서 폭발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복지정책과 인구절벽 대응책 등을 포괄한 ‘사회 분야’였다. 그러나 윤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대장동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세 차례의 토론을 모두 시청했다는 박성준(26)씨는 정책 비전이 아닌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한 토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 막바지까지 대장동 이야기를 들으니 피로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런 문제 듣자고 유권자들이 시간 내서 토론 시청하는 거 아니지 않나. TV토론의 본질이 흐려졌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지연(28)씨는 "이럴바에야 경제, 정치, 사회 분야 뭐하러 나눠서 토론하나. 대장동 문제로 두 후보가 싸운 것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말 좀 들어보려고 하면 끊어"...총량제 규정에 불만 

현행 TV토론이 안고 있는 문제로 각 후보자에게 동일한 시간을 할당하는 시간총량제 자유 토론 방식을 꼽는 이들이 많다.

후보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주로 할애한데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제대로된 역량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경진(25)씨는 "답변을 들으려고 하면 타이머가 울리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후보자들끼리 치열하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속마음을 들어봐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탓에 질문도 답변도 허공만 맴도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첫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토론을 챙겨봤다는 이지윤(23)씨는 "상대가 공격을 하면 반박과 재반박이 오고 가는 게 토론인데 대선 토론은 서로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끝나 한숨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예지(26)씨 역시 "공정성 측면에서 시간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엄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안다"라며 "하지만 이런 딱딱한 규칙이 결국 후보를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삼프로가 대안?...중요한 건 '깊이' 

유튜브 삼프로TV 채널 영상 목록. 유튜브 캡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작년 1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_신과 함께'(삼프로TV) 에서 내놓은 '삼프로가 묻고 OO(후보)이 답한다' 콘텐츠다.

해당 콘텐츠에서는 삼프로TV의 진행자 세명이 대선 후보들을 각각 만나 1시간 30여분 동안 질의응답했다. 긴 호흡의 영상임에도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후보의 생각과 국정 운영 비전을 심도 있게 들여다 봤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가 호평했다.  3일 기준 이재명 후보의 영상이 700만 회, 윤석열 후보 365만 회, 안철수 후보 175만 회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정유진(26)씨는 "앞으로 TV토론이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바뀌지 않으면 굳이 찾아 보지 않을 것 같다. 후보들이 상대 헐뜯기보다 자기 공약과 실천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이런 부분을 집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전달하는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존의 방식에 추가적으로 중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단체가 패널을 불러 분야별 심층 정책 토론을 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공중파 방송사에서 유튜브 콘텐츠가 대선 후보자를 다룬 방식을 벤치마킹해 얼마나 후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전달할 지에 방점을 놓는다면 현재 TV토론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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