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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불법체류자 자녀는 한국 국적 취득할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제한 없이 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16살 한국에 사는 무국적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다른 아이들처럼 국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청원글에는 정확한 인적 사항은 알 수 없었지만 “저희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불법체류자지만 어떻게 해서든 저희를 위해 노력하시니까요.”라는 내용을 통해 청원자의 부모님이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어머니와 한국으로 오셔서 저희를 낳고 키우시고 계십니다”는 내용을 통해 청원인의 부모가 한국에서 자녀(청원인)를 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한국 법 상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인이여야 자식도 국적을 받을 수 있기에 국적을 받을 수 없었다"며 "종교를 기독교로 바꿔 교회를 다니면 국적을 준다고 했지만 이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주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첫째,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야만 자식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지

둘째, 국내 국적법 상 기독교로 개종했을 때 국적을 주는 요건이 있는지

이 두 가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야만 자식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사실'

결론부터 내리자면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야만 자식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법무부 국적과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그 자녀는 자연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청원인처럼 부·모 모두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채로 그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난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한국은 국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부모의 국적을 따르는 ‘혈통주의’에 의해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혈통주의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나라에서 시행 중이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 역시 혈통주의를 따르고 있다. 반면 미국, 캐나다처럼 국적을 부여할 때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출생지주의'라 한다. 결국 혈통주의를 따르는 한국에서 국적을 갖기 위해서는 부·모 둘 중 한 사람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글의 내용을 통해 청원인이 불법체류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경우 '무국적자'가 아니라 '불법체류자'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 국적과 관계자는 "무국적자는 말 그대로 '국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국적이 없는 무국적 상태인 사람은 거의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불법체류자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가 무국적자처럼 느껴져 본인을 무국적자로 소개했을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청원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가 어려워진다.

 

국적법 제5조에 따른 국적취득 방법

그렇다면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사람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는 ‘일반 귀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이 과정이 청원인이 말한 “한국 역사 등을 공부해서 국적을 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일반 귀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국적법 제5조(일반귀화 요건)에 따르면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제6조나 제7조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요건을 살펴보면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에서 영주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을 갖출 것 △대한민국의 민법상 성년일 것 △법령을 준수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출 것 △자신의 자산이나 기능에 의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 △귀화를 허가하는 것이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치지 아니한다고 법무부 장관이 인정할 것 등이 그 조건이다.

국적법 제5조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 갈무리)


 

하지만 불법체류자 및 자녀의 경우 이러한 조건들을 인정받기 어렵다.

우선 불법체류자와 그 자녀는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5년 이상의 체류 조건은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한 기간 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법체류 기간을 귀화에 필요한 체류 기간으로 볼 수 없다.

또한 불법체류자가 일반 귀화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민법 상 성년(만 19세 이상)이어야 하지만 청원글을 올린 이는 16세로 이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이외에 ‘법령을 준수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품행 단정의 요건’ 역시 출입국법을 위반하여 국내에 입국한 불법체류자의 경우 충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 및 그 자녀의 경우 ‘일반 귀화’의 요건들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일반 귀화 과정을 거칠 수 없다.

다만 국적법 제8조에 의한 '수반 취득' 요건에 따라 청원인의 부 또는 모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면 그 자녀는 수반 취득 과정을 통해 특별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

 

국내 국적법 상 기독교로 개종했을 때 국적을 주는 요건이 있다? → '사실 아님'

청원글에는 또한 “ 종교를 기독교로 바꿔 교회를 다니면 국적을 주신다고도 하셨지만 저희도 저희가 믿는 종교가 있는데 자꾸 그것만 얘기 하시는데 이건 종교를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때 이러한 내용은 자칫 국내 공공 기관에서 귀화의 요건으로 기독교로의 개종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퍼질 수도 있다. 때문에 관련 기관의 확인을 통해 팩트체크 해보았다.

우선 청원글에는 어느 기관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면 국적을 준다"고 말한 것인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국적 취득절차를 담당하는 법무부 국적과 관계자는 "어느 나라에도 개종을 귀화 조건으로 제시하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즉 국내에는 귀화 조건에 개종과 관련된 조항이 없다는 것.

또한 국적법을 살펴본 결과, 이 역시 '종교 및 개종'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가끔 지역 교회 등에서 국어 및 한국사 공부를 통해 국적 취득을 위한 스터디를 꾸리는 경우는 있어도, 국내 법에 따라 ‘기독교로 개종하면 국적을 준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의 청원글과 관련해 법무부 국적과와 체류관리과 등에 문의한 결과 "불법체류의 경우 정당한 체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적 취득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어 "국적을 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인의 안타까운 사정 만으로는 국적 취득에 대해 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덧붙였다.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의 출생 등록, 교육·의료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에서 수 차례 입법을 추진했지만 결국 좌초되기도 했다.

 

/ 양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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