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2024년 1월 26일 - 오후 4:55
[팩트체크] 남에게 기후동행카드를 양도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이데일리 김어진 인턴기자]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27일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기후동행카드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걸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정상 타인 양도, 양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정 사용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말로 기후동행카드를 남이 사용하는 것을 기술적,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을까? 기후동행카드 타인 양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있는지, 적발되면 처벌받는지 알아봤다.
◆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원대에 지하철·시내버스·따릉이 등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정기권이다. 모바일 카드 또는 실물 카드로 판매하며, 따릉이 이용 유무에 따라 6만 2,000원권과 6만 5,000원권으로 나뉜다.
사람들이 부정 사용을 걱정하는 부분은 실물 카드와 관련 있다. 더 싼 값에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실물 카드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돌려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후동행카드는 규정상 주민등록번호 기준 1인 1카드 사용이 원칙이며 타인에게 양도, 양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산이나 CCTV 추적을 하지 않는 한 실제로 적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수도권 도시철도 무임승차 대상자에게 발급하는 우대용 교통카드의 경우 그간 부정 사용 사례가 많이 적발됐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65살 이상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부모님의 우대용 카드를 자녀가 사용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지하철 부정 승차 건수(4만 9,692건) 중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사용은 83%나 차지했다.
이에 작년 6월부터 서울 지하철역 10곳에서는 경로 우대용 카드로 탑승 시 음성 안내가 송출되게 했다. 카드 태그 시 “행복하세요”란 음성 멘트가 송출돼 경로 우대용 카드 이용 대상자가 맞는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부터 음성 멘트 송출을 전 역사로 확대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카드 종류에 따른 LED 색상 표시 차이만 있어 부정 승차 여부는 역무원만 파악할 수 있었다.
◆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 대책은?
그렇다면 기후동행카드의 경우도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있을까?
서울시 교통기획관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실물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부정 사용 우려가 있을 것을 예상했다”며 “실제 현장에서 일일이 부정 사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의 카드 내역이 다 나오기에 시범사업 초반에 카드 내역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용패턴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기존과 전혀 다른 사용패턴들을 파악해 기후동행카드 사용 과정에서 문제 되는 부분들은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부정 사용이 적발됐을 때 부과될 구체적인 처벌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철도사업법은 부정 승차로 적발됐을 시 승차 구간에 해당하는 운임뿐 아니라 최대 30배의 부가 운임을 추가로 내도록 규정한다.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도 이와 같은 처벌 규정을 적용할지에 대한 질문에 서울시 교통기획관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요금을 내지 않고 이용하는 부정 승차와 무제한인 남의 카드를 빌려 쓰는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은 개념이 좀 다르다”며 “시범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 기간에 부정 사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떤 경우가 부정 사용인지 등을 데이터 분석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실물 기후동행카드의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시범사업 기간에 카드 내역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과 전혀 다른 패턴 등 부정 사용 사례를 파악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 기간은 1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로 그 기간에 부정 사용이 얼마나 발생할지, 방지할 수 있을지 등을 예측할 수는 없기에 ‘기후동행카드를 남에게 양도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 이 기사는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